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가 괴수를 인간의 눈높이에서 목격하는 재난영화였고,
마이클 도허티의 [킹 오브 몬스터]가 괴수들을 위한 봉헌상을 차리는 숭배영화에 가까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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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가드의 몬스터버스는 괴수들이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영역을 다투며, 무기를 들고 태그매치를 벌이는 캐릭터 액션 프랜차이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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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는 종종 “쇼와 후기(50년대~70년대) 고질라 요소의 귀환”으로 설명된다.
문제는 그 쇼와 후기 고질라가 전통적으로 저예산, 유치함, 재활용 푸티지, 어린이 관객 지향, 괴수 프로레슬링으로 악평받아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현대의 거대 예산 블록버스터는 굳이 그 “ㅈ같은” 쇼와 후기 요소를 다시 끌어오는가?
커뮤니티에서 윈가드 체제 하 고질라 영화에 대한 불만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감정으로 요약된다.
“대체 그 ㅈ같은 쇼와 후기 고질라 요소를 왜 넣는거냐.” 이 표현은 거칠지만 핵심을 찌른다.
왜냐하면 아담 윈가드의 몬스터버스가 실제로 초기 고질라의 공포와 재난성보다,
쇼와 후기의 괴수 프로레슬링과 장난감적 상상력에 훨씬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를 떠올려보자. 고질라는 콜로세움에서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잔다.
콩은 이빨이 아파 치료를 받고, 기계 장갑을 장착하며, 어린 유인원 수코와 일종의 버디 관계를 형성한다.

스카 킹은 해골 채찍을 휘두르는 악당 왕이고, 시모는 최종병기처럼 동원된다.

마지막 전투는 괴수 재난이라기보다 괴수 태그매치에 가깝다.
여기서 고질라는 더 이상 도시 위로 나타난 핵공포의 화신만이 아니다.
그는 자기 영역을 관리하는 성질 더러운 챔피언이며, 콩은 대사 없는 거대 액션 주인공이다.

이 변화가 불편한 관객에게는 아주 당연한 이유가 있다.
쇼와 후기 고질라 시리즈는 오랫동안 “고질라가 유치해진 시기”로 기억되어 왔다.
[고질라 대 메갈로]의 제트 재규어, 고질라의 드롭킥, 외계 침략자와 괴수 태그매치,
어린이 관객을 노린 인간 드라마의 빈약함은 고질라가 처음 가졌던 핵공포와 재난적 숭고함을 크게 희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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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현대 몬스터버스가 막대한 자본과 최첨단 VFX를 가지고도 그 시절의 장난감적 유치함을 다시 호출한다면,
누군가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돈을 그렇게 처들여서 왜 굳이 그 시절로 돌아가느냐?”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 역설이 있다. 쇼와 후기는 영화적으로는 약해졌지만, 프랜차이즈적으로는 강해졌다.
[고질라 대 가이강]이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이강이라는 괴수의 디자인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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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대 메갈로]가 좋은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트 재규어와 메갈로, 고질라의 기괴한 드롭킥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다.
[고질라 대 메카고질라]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평가가 나은 편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메카고질라라는 개념 자체가 이후 시리즈 전체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윈가드가 쇼와 후기를 다시 호출한 이유다.
그는 쇼와 후기의 완성도를 계승한 것이 아니라, 그 시기가 남긴 프랜차이즈 작동 원리를 계승했다.
괴수를 재난으로만 두지 않고 캐릭터로 만든다. 괴수에게 무기를 준다. 괴수끼리 관계를 만든다. 동맹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새로운 폼, 새로운 색, 새로운 능력, 새로운 적을 부여한다.
이 원리는 현대 장기 프랜차이즈의 작동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잘 맞는다.

말하자면 쇼와 후기는 고질라를 예술적으로 고양한 시기가 아니라, 고질라를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든 시기였다.
그리고 오늘날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가지고 놀 수 있음”은 엄청난 힘이다.

그리고 한국이나 일본의 일부 관객이 쇼와 후기를 “고질라가 망가진 시기”로 본다면,
북미권 팬덤의 경우는 그것을 전혀 다르게 기억한다. 이 차이는 고질라를 처음 만난 경로의 차이에서 나온다.
일본에서 1954년 [고질라]는 전후 핵공포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괴수영화였다.
그러나 북미권의 많은 관객에게 고질라는 더빙판, TV 방영, 토요일 오후 괴수 마라톤,
VHS, 케이블 채널, 장난감, 괴수 백과, 캠프 문화 속에서 먼저 각인되었다.

그들에게 쇼와 후기 고질라는 “원래의 고질라가 타락한 결과”라기보다, 애초에 “내가 처음 만난 고질라”였다.
이 순서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어떤 관객은 1954년의 비극적 고질라를 먼저 알고, 그 뒤에 유치한 후기 쇼와를 보며 실망한다.
반대로 어떤 관객은 어린 시절 TV에서 제트 재규어, 가이강, 메카고질라, 앵기라스와 함께 싸우는 고질라를 먼저 보고,
나중에 1954년 원작의 무게를 알게 된다.
전자에게 쇼와 후기는 몰락이고, 후자에게 쇼와 후기는 원체험이다.
그래서 북미권 쇼와 팬들이 튀어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망작을 명작이라고 우긴다”가 아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고질라 입문 경험을 방어한다. 그들에게 고질라는 처음부터 핵공포의 화신이면서 동시에 괴수 챔피언이었다.
처음부터 도시를 파괴하는 재앙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응원할 수 있는 거대 히어로였다.
처음부터 비극이면서 동시에 장난감이었다.
“이게 뭐야, 왜 고질라가 저렇게 드롭킥을 해?”라는 비웃음이
어느 순간 “그런데 이 미친 자유로움이야말로 고질라 역사 안에 있는 에너지 아닌가?”로 바뀐다.
대상을 비웃으면서도 사랑하는 이상한 이중성을 만든다. 북미 쇼와 팬덤은 바로 그 이중성 위에서 자랐다.

고질라가 꼭 1954년의 핵공포여야만 하는가.
고질라가 꼭 재난적 숭고함으로만 존재해야 하는가.
고질라가 괴수들과 싸우고, 팀업하고, 이상한 세계를 탐험하는 것도 고질라의 역사 아닌가.
쇼와 후기의 유치함도 고질라라는 프랜차이즈의 정당한 혈통 아닌가.
쇼와 후기의 고질라는 공포의 대상에서 점점 응원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윈가드는 그 전환을 현대적으로 반복한다.
그는 고질라를 다시 한 번 관객이 환호할 수 있는 괴수 챔피언으로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비판이 시작되어야 한다. 쇼와 후기 요소가 고질라 역사 안에 존재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것이 북미 팬덤의 원체험이었다는 점도 인정할 수 있다. 괴수 캐릭터화가 장기 프랜차이즈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이 윈가드식 몬스터버스의 모든 결함을 변호해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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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고질라도 이런 적 있었다”는 말은 계보적 설명이지, 미학적 변호가 아니다.
고질라가 예전에 드롭킥을 했다고 해서, 오늘날 고질라의 무게감이 사라지는 것이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쇼와 시대에 괴수 태그매치가 있었다고 해서, 현대 블록버스터가 도시 파괴의 피해감을 놀이기구처럼 처리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고질라가 어린이 관객을 위한 히어로가 된 적 있다고 해서, 고질라가 지녔던 공포와 숭고함을 모두 포기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것은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다. 고질라라는 캐릭터의 핵심 자산 중 하나가 바로 공포와 숭고함이기 때문이다.
고질라는 단순히 “크고 멋진 괴수”가 아니다. 그는 자연재해, 핵공포, 인간 문명에 대한 심판, 통제 불가능한 힘의 상징으로 출발했다.
그러므로 고질라를 괴수 챔피언으로 만드는 순간에도, 그 밑바닥의 공포와 무게를 어느 정도는 보존해야 한다.
윈가드의 영화들은 그 균형에서 종종 과감하게 한쪽으로 기운다. 그는 고질라를 숭배하게 하기보다 응원하게 만든다.
그는 괴수를 두려워하게 하기보다 즐기게 만든다. 그는 도시 파괴를 비극으로 찍기보다 액션 무대로 쓴다.
이 선택은 해방감을 주지만, 동시에 고질라의 고유한 어둠을 약화시킨다.

이 양가성을 인정해야 한다. 윈가드는 몬스터버스를 망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연 문이 아무 대가 없는 문도 아니다.
그는 괴수영화의 한 축을 극대화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축을 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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