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웃으면서 불사조 기사단의 숨겨진 MVP로 농담하긴 하지만
사실 진지하게 따지면, 저 루시우스의 일기장 손실과 볼디 경의 호크룩스 파괴 대연쇄는 아주아주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촉발되었다.
바로 상사 볼드모트와 부하 루시우스가 서로를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
혼혈 왕자에 언급되는 다음 내용을 보자.

"저는 볼드모트가 루시우스에게 그 일기장을 몰래 호그와트로 들여보내라고 한 줄 알았는데요?"

"그래, 맞다. 볼드모트 자신이 더 많은 호크룩스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던 시절에 그랬겠지.
하지만 루시우스는 그렇다라도 볼드모트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어. 일기장을 건네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구체적인 명령을 받지 못했지만 말이다.
볼드모트는 루시우스가 호크룩스를 신중하게 보관하는 것 외에 감히 뭘 하려고 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게 틀림없다.
루시우스가 주인에게 품고 있는 공포를 너무 신뢰한 게지."

그러나 그 주인은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루시우스는 그자가 죽었다고 믿었다.
물론 루시우스는 그 일기장이 실제로 어떤 물건인지 전혀 몰랐어. 볼드모트는 아마 루시우스한테, 일기장에 교묘한 마법이 걸려 있어서 비밀의 방이 다시 열리게 해 줄거라고 말했을 테지.
루시우스가 주인의 영혼 일부가 자기 손에 들어와 있다는 걸 알았다면 틀림없이 더욱 경외심을 갖고 그 일기장을 다뤘을 게다..."
...

볼디 경은 자신의 호크룩스인 일기장을 예전부터 선망하던 '고결하고 강대한 순수혈통 가문'인 말포이 가문에 맡기며 귀중히 보관하라 일렀지만,
그 실체가 자신의 영혼 쪼가리이자 목숨의 담보라는 것은 전혀 말해주지 않았음.
즉 루시우스의 입장에서 일기장은 그저 비밀의 방을 여는 호그와트 공략용 저주템이었을 뿐이고, 호크룩스니 뭐니는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볼드모트가 '야 이거 나중에 호그와트에 넣을거임 비밀방 열게' 라고 말해둔 물건이었으니.

마침 2권 시점, 아서 위즐리 등의 머글 보호 여론이 높아지며 말포이 저택이 수색받을 위기에 처하자,
집에 놔두면 곤란한 저주템 처리 + 덤블도어 실각 + 지니에게 누명을 씌워 아서의 명예 실추
의 트리플 크라운 일석삼조를 먹이려 일기장을 지니의 손으로 처분한 것.
덤블도어 피셜 루시우스가 일기장의 정체를 알았다면 절대로 그렇게 허망하게 쓰지 않았을 것이라 했으니...

물론 루시우스라고 볼디 앞에서 '아니 그렇게 중요하면 말해줬어야지~' 하고 떳떳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애초에 루시우스 말포이는 볼드모트에게 진심으로 충성하지 않았기 때문.

볼디가 완전히 죽지 않고 영혼이 지상에 남아 떠돈다는건 마법 정부를 포함한 모두가 짐작하던 사실이었고,
루시우스가 진심으로 볼디에게 충성했다면 일기장을 충실히 수호하는건 물론, 즉각 볼드모트의 영혼을 찾아 그를 부활시켰을터였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루시우스는 십여년 동안 영혼만 남아 고통받는 주인을 칼같이 외면하고, 결국 죽었거나 무력화되었다고 믿게 된다.
애초에 볼드모트는 루시우스의 충성심이 아닌 루시우스의 공포를 더 믿었고, 그렇기에 볼드모트가 사라지자 공포에 의한 군신관계는 그대로 박살났으며
당연히 주인이 남긴 저주템 따위는 그토록 가볍게 처분하게 된 것.

결국 볼디의 일기장이 파괴된 사단은...
엄청난 중대 임무를 맡기면서 그 중요성의 이유는 하나도 알려주지 않은 의심암귀 공포정치 원툴 주인과,
그 주인의 약속이나 부활 따위는 쥐뿔도 관심이 없던 불충한 부하의
참 자강두천 두 양반들이 맺어낸 결과물이란 얘기다.

그리고 그런 루시우스 말포이가 죽음을 먹는 자의 2인자 노릇을 했다는 점에서,
볼드모트의 용병술과 부하 인재풀의 비참한 현실 역시 알 수 있다.
어떤 부하도 믿지 않으며 고문과 살해를 일삼고, 아무리 유능하고 충성스럽다 해도 필요하다면 한치의 망설임 없이 숙청할 미치광이 주인에게 제대로 된 부하가 들어올 리 없던 것.
실제로 루시우스는 사망한 짭무디와 스파이 스네이프를 제외하면, 종합적인 능력치로 죽먹자 2인자급이 맞음.
그 루시우스가 2인자 먹을 정도로 죽먹자들이 폐급 집단이에요...

막말로 저 빡빡이 아래에 있을 놈들이 얼마나 대단하겠니
정신나간 광신도 아니면 쭈인 사라지면 바로 튈 기회주의자들 패거리 정도지.

...
거 다 듣긴 했는데 말야. 좀 설명이 길고 현학적이지 않냐?
원작 내용 구구절절 풀어서 쓰는 추천못받을 루즈한 분석글보다 더 짧고 납득되는 해설이 있을텐데.

•그냥 너가 불사조 기사단 스파이란게 훨씬 간단하고 합리적인 설명 아니냐?
•왜 이러십니까 구질구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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