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단순한 서사 변주 요구처럼 보인다.
매번 나비족과 판도라가 최종적으로 저항에 성공하니, 이번에는 반대편의 승리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단순한 반전 욕구 이상의 것이 섞여들어가 있다.
SF 장르가 오랫동안 길러온 인간 중심적 동일시, 기술문명에 대한 자존심, 명확한 반식민주의 구도에 대한 반발,
그리고 압도적인 힘이 세계를 정리하는 장면을 보고 싶어하는 제국적 쾌감이 그 안에 뒤섞여 있다.

가장 먼저 작동하는 것은 인간 중심 SF의 습관이다.
전통적인 SF에서 인간은 대개 탐험가, 개척자, 생존자, 혹은 우주적 위협에 맞서는 종족이었다.
외계 행성은 탐험의 대상이고, 외계 생명체는 이해하거나 극복해야 할 타자였으며,
인간 문명의 확장은 종종 모험과 진보의 이름으로 그려졌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시야로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도록 훈련되어 왔다.
그런데 [아바타]는 이 기본값을 뒤집는다. 인간은 더 이상 우주의 선량한 탐험가가 아니라 침략자이고, 채굴자이며, 군사화된 자본의 얼굴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인간이라는 종족적 동일시를 잠시 내려놓고, 나비족과 판도라의 감각으로 세계를 보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는 생각보다 불편하다. 관객은 윤리적으로 RDA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인간인데, 왜 인간이 계속 악역이어야 하지?”라는 정서적 저항은 별개의 문제다.
[아바타]가 찌르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시리즈는 인간을 미워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편에 자동으로 서는 습관을 의심하라고 요구한다.
일부 관객이 인류의 승리를 원할 때, 그 욕망은 이 동일시 전환에 대한 거부로 나타난다.

두 번째 층위에는 기술문명에 대한 자존심이 있다.
[아바타]에서 인간은 우주항행, ISV, 드롭십, AMP 슈트, 해양 사냥선, 브릿지헤드, 유전자 기술, 아바타 프로그램 같은 압도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반대로 나비족은 활, 창, 생물과의 교감, 지형지물, 공동체, 에이와와의 연결을 기반으로 싸운다.
카메론은 이 구도에서 기술문명의 우월성을 최종 승리로 승인하지 않는다.
거대한 기계와 무기는 판도라의 생명 체계와 나비족의 관계망 앞에서 반복적으로 좌절된다.
이때 일부 관객은 그것을 생태적 신화의 반격으로 보지 않고, 전술적 비현실성으로 읽는다.
“현실적으로 인류가 저렇게 질 리 없다”, “궤도폭격을 하면 끝이다”, “생물학적으로 취약한 나비족이 첨단 군사력에 어떻게 버티느냐”
는 반응이 여기서 나온다. 물론 군사적 개연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 접근이 영화의 장르적·윤리적 구조를 지워버릴 때 문제가 생긴다.
[아바타]는 전쟁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세계를 자원으로 보는 문명과 세계를 관계로 보는 문명의 충돌을 다루는 생태적 신화다.
이 영화를 화력 계산표로만 읽는 순간, 관객은 카메론이 세운 질문을 놓치게 된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카메론의 도덕적 명확성에 대한 반발이다.
[아바타]는 양비론 영화가 아니다. 인간 전체가 악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RDA와 지구 자본의 판도라 침략은 분명한 악으로 배치된다.
카메론은 침략, 착취, 생태 파괴, 군사화된 기업 권력을 애매하게 흐리지 않는다.
그는 “양쪽 다 사정이 있다”는 식으로 빠져나가기보다, 어느 쪽이 삶의 터전을 빼앗고 어느 쪽이 빼앗기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바로 이 선명함이 어떤 관객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비족도 완전히 선한 것은 아니지 않나”, “인류도 생존이 걸려 있다면 이해해야 하지 않나”,
“RDA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나”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런 질문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지구의 붕괴, 판도라 이주민의 절박함, RDA 내부의 균열, 인간 사회의 다양한 층위를 더 다룰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잡성을 요구하는 것과 가해 구조를 흐리는 것은 다르다.
어떤 반응은 인간 쪽도 입체적으로 보고 싶다는 요구가 아니라,
영화가 판도라와 나비족 쪽에 둔 윤리적 중심을 다시 인간 문명 쪽으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욕망에 가깝다.

네 번째 층위는 RDA 이미지가 주는 제국적 쾌감이다.
[아바타]의 인간 군사력은 명백히 폭력적이고 침략적인 것으로 그려지지만, 동시에 매우 강렬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건쉽, 착륙선, 해양 사냥선, 브릿지헤드, 채굴 장비는 화면 안에서 압도적인 물성을 가진다.
카메론은 악의 기계를 허술하게 찍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잘 찍는다.
그래서 관객은 그것이 윤리적으로 잘못된 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기계적 질서와 군사적 스케일에 반응한다.

여기에 위험한 아이러니가 있다.
스콜세지가 갱스터 세계를 매혹적으로 찍기 때문에 일부 관객이 갱스터의 허세만 가져가듯,
카메론도 RDA의 군사기계를 설득력 있게 찍기 때문에 일부 관객은 그 폭력의 매혹만 가져간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판도라의 생태적 관계망이나 나비족의 저항이 아니다.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은 드롭십이 내려오고, 기갑 병력이 전진하며, 자연과 공동체가 압도적 화력 앞에서 정리되는 장면이다.
이 욕망은 단순히 “악역이 멋있다”는 감각을 넘어선다. 그것은 강한 힘이 세계를 재배열하는 광경에 대한 카타르시스다.

물론 당연히 모든 “인류 승리” 욕망을 이런 식으로만 볼 수는 없다.
어떤 관객은 정말로 인간 쪽 서사가 더 궁금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지구는 얼마나 망가졌는가. 보통 인간들은 판도라 침략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RDA 내부에는 반대파가 없는가. 판도라로 이주한 인간들은 모두 침략자인가, 아니면 새로운 난민인가.
이런 질문들은 충분히 생산적이다.
따라서 구분이 필요하다.
인간 쪽을 복잡하게 보고 싶다는 요구와, 인류가 판도라를 짓밟고 승리하는 카타르시스를 보고 싶다는 욕망은 같은 것이 아니다.
전자는 드라마적 확장을 요구한다. 후자는 영화의 윤리적 축을 뒤집어 강자의 승리를 즐기고 싶어한다.
[아바타] 시리즈가 지구의 이야기와 두 종족의 상호이해를 다룰것을 암시했으니 앞으로 인간 사회의 절박함을 더 다룰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RDA의 승리를 축하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의 복잡성을 다루는 것과 제국의 승리를 승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카메론이 RDA의 완전한 승리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바타]의 중심은 “인류는 악하다”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인간이 만든 특정한 문명 시스템이 생명 세계를 정복 가능한 자원으로 볼 때 어떤 괴물이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인류가 이기는 버전은 단순한 반전이나 배드엔딩이 아니다.
그것이 정복의 쾌감으로 처리되는 순간, [아바타]는 자기 심장부를 배반하게 된다.
이 시리즈의 진짜 갈등은 인간과 나비족의 생물학적 대결이 아니라,
세계를 관계로 보는 감각과 자원으로 보는 감각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결국 “왜 사람들은 [아바타]에서 인류가 이기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하나로 닫히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인간 중심 SF의 습관 때문에, 어떤 사람은 기술문명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어떤 사람은 명확한 반식민주의 구도가 불편해서, 어떤 사람은 RDA의 군사적 이미지가 주는 제국적 쾌감에 매혹되어서 그런다.
또 어떤 사람은 정말로 인간 사회의 복잡성과 절박함을 더 보고 싶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문제적인 욕망은 분명하다.
그것은 [아바타]가 거부하는 바로 그 힘의 논리, 즉 강한 문명이 약한 세계를 밀어붙이는 장면을 카타르시스로 보고 싶어하는 욕망이다.
이 반응은 [아바타]의 실패라기보다, 오히려 시리즈가 찌른 지점이 실제로 대중들에게 아팠다는 증거일 수 있다.
너는 인간이지만, 인간 문명의 편에 자동으로 서지 말라.
바로 이 요구를 견디지 못하는 순간, 관객은 다시 인간의 함선과 총과 기계 쪽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것은 이 시리즈가 요구하는 가장 불편한 동일시 전환 앞에서, 다시 익숙한 편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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