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 게임
게임 #19674

하드웨어 가격 상승으로 비디오 게임 업계가 실존적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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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검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2동 · 6시간 전 · 조회 0 · 공감 0 · 댓글 0
차세대 플레이어가 비용 부담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비디오 게임의 미래는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

이것은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다

지금의 9세대 콘솔에 이르기까지 비디오 게임 하드웨어는 주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패턴을 보였다. 새로운 콘솔이 적정 가격에 출시되면 발매 첫해에 얼리어답터들이 이를 구매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부품 제조 비용이 낮아져 하드웨어 가격도 함께 떨어졌다. 동시에 세대가 진행될수록 게임 라이브러리가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고도화되면서 가격이 저렴해진 기기의 매력이 더 많은 대중에게 어필했다. 덕분에 콘솔 제조사들은 수명 주기 후반부에 전체 하드웨어 판매량의 대부분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후 더 강력한 차세대 콘솔이 출시되면 이 사이클이 새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정치적 정책을 탓하든 우리 삶에 인공지능을 강제하려는 테크 기업들의 탐욕 때문에 자원을 엄청나게 소모하는 데이터 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현상을 탓하든 게임 기기를 만드는 자본주의 기업들의 순수한 탐욕을 탓하든 혹은 이 모든 것이 결합된 결과이든 우리는 지금 엄혹한 새로운 현실에 직면했다. 게임은 더 이상 감당할 수 있는 취미가 아니며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 X 세대의 후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저렴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비싸지고 있다.

게이밍 가격이 하락 없이 상승하기만 한다면 이 취미에 입문할 새로운 세대의 유입이 끊길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미치는 파급 효과는 우리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임 산업 전체와 매체 자체를 위협한다. 단순한 사실은 게임이 절대 저렴해지지 않고 오직 비싸지기만 한다면 이 취미에 유입될 다음 세대의 게이머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플레이어가 없다면 게임 시장이라는 천막은 더 이상 확장되지 못하고 산업을 앞으로 견인할 수도 없다.

이렇게 생각해 보라. 많은 가정에서 아이가 생일이나 명절 혹은 어떤 시기에든 부모에게 600달러짜리 콘솔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300달러나 400달러짜리 기기를 요구하는 것에 비해 애초에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과거에는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라는 답이 가능했기에 이를 참아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세대에서 목격하고 있듯 가격 인하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두 차례나 엑스박스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비교적 저렴한 엑스박스 시리즈 S의 시작 가격은 400달러가 되었고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없는 시리즈 X는 600달러가 되었다. 출시 당시 광학 드라이브를 포함해 500달러였던 시리즈 X를 지금 구매하려면 65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소니 역시 하드웨어 가격을 두 번 인상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주에도 가격을 올렸다. 최종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5의 시작 가격은 디지털 모델 기준 600달러가 되었고 출시 당시 500달러였던 블루레이 드라이브 탑재 모델은 현재 650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더 강력한 성능의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는 눈을 의심케 하는 900달러라는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닌텐도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닌텐도가 막 발표한 스위치 2의 사전 예약 시기를 뒤로 미루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스위치 후속작의 가격이 그 조율 과정에서 인상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마주한 콘솔 가격은 450달러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계산기로 확인해 본 결과 초기 스위치 1의 출시가 300달러는 오늘날 가치로 400달러에 해당한다. 이 논의에서 닌텐도의 소프트웨어 가격까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PC 하드웨어 제조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니 안심하라는 말은 유머에 가깝다. 그래픽 처리 장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으며 하드디스크와 램의 공급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가격은 당연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어떤 화면으로 게임을 즐기려 하든 지갑은 점점 더 가벼워질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여기서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게임 유통사와 개발사 그리고 우리 게이머들은 이 매체의 미래가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로블록스나 그와 유사한 차세대 사용자 제작 콘텐츠 기계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가. 로블록스가 생태계 내에서 나름의 자리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유통사들이 젊은 게이머를 유입시킬 유일하고 확실한 수단으로 로블록스에만 의존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다. 나 또한 절대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부분 사용자가 만든 조잡한 콘텐츠에 불과하다. 향후 전문 게임 개발자가 될 이들에게 학습 도구로서 가치는 있을지언정 수많은 스튜디오와 아티스트가 선보이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게임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기본값이나 표준이 되기에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다른 게임들이 대부분의 사람을 가격으로 소외시킨다면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바로 그런 모습이다. 스마트폰 자체도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콘솔에 비해 필수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부모들이 구매해 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것이 모바일 게임 자체가 태생적으로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바일이 점점 더 많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면 콘솔과 PC 시장에 의존해 번창해 온 기존 시장에는 파멸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불행하게도 책임의 짐은 플랫폼 홀더들의 몫이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닌텐도는 출시 첫날은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진입 비용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닌텐도가 화면 크기를 줄이고 제품명의 유래가 된 도킹 기능을 제거하며 더 작은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100달러 낮춘 스위치 2 라이트 모델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만으로도 더 많은 스위치 2를 사람들의 손에 쥐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소한 좋은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는 더 강력하고 비싼 하드웨어를 다루기 때문에 상황이 더 복잡하다. 결과적으로 세대 간의 중첩 기간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4를 뒤로하고 개발자들이 플레이스테이션5를 최소 사양으로 설정하도록 유도하는 데 걸린 시간에 불만을 가졌던 이들이라면 플레이스테이션6가 출시된 이후의 방향성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6가 출시된 이후에도 플레이스테이션5가 사실상 더 저렴한 플레이스테이션 역할을 대체하며 대부분의 게임이 세대 전반에 걸쳐 구형과 신형 기기를 동시에 지원하는 세상을 예상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차세대 프로젝트 헬릭스 콘솔과 PC 하이브리드 기기가 매우 프리미엄하고 최고급 경험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곧 가격이 비쌀 것이라는 의미다. 즉 시리즈 X가 차세대 엑스박스 세대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맡고 헬릭스는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기기로 남겨질 수 있다.

콘솔 시장이 이러한 미래로 향한다면 개발자들이 구형 하드웨어를 훨씬 더 오랜 기간 지원해야 하므로 전반적인 기술적 발전은 더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무어의 법칙 한계와 4K 해상도 및 60프레임의 실사 그래픽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로 인해 개발 예산과 기간이 역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술 발전은 어차피 느려질지도 모른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높은 콘솔 가격 때문에 인위적으로 그 지점에 도달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것이 차라리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콘솔 세대 흐름 속에서 하드웨어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은 비디오 게임 산업과 우리가 아는 게임이라는 매체에 치명적인 미래를 초래할 수 있다. 아타리 시절의 비디오 게임 대폭망 사건이 선녀로 보일 것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다. 게임이 아예 사라져 버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시나리오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토록 사랑하는 매체에 대해 그 누구도 반기지 않을 미래로 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콘솔 제조사들이 눈앞의 다음 분기 실적을 넘어 너무 늦기 전에 잠재적인 장기적 피해를 직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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