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이어집니다 : [[아바타] "솔직히 네이티리 안이뻤으면 제이크 배신안했음 ㅋㅋ"](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5674491?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891351)
[아바타]를 두고 “지구와 인간 쪽 입장도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심스러워진다.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지구가 어떤 상태인지, 인간 대중이 얼마나 절박한지,
판도라 침략에 동원되는 인간들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 더 깊게 다룬다면 시리즈는 분명 더 넓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제작진은 5편에서 지구 방문과 네이티리의 인식 확장을 예고해왔다.
그러니 지구의 비극을 보고 싶다는 기대는 이상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말이 너무 자주 다른 방향으로 미끄러진다는 데 있다.
커뮤니티에서 보게 되는 어떤 반응들은 “지구 쪽 입장”을 입체적으로 보자는 말이라기보다,
“지구가 망하는데 외계인이 문제냐”는 인간 생존권 만능론에 가까웠다.
나비족도 people이라고 말하면 인간이 우선 아니냐고 되받고,
툴쿤의 학살을 이야기하면 인류가 이주해오는게 우선인데 그런 걸 따질 수 있냐고 묻는다.
물론 이 반응들만으로 모든 관객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나 역시 그 오류를 경계한다.
그러나 이런 반응을 반복해서 보다 보면 “지구도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말을 순수한 피드백으로 받아야 하는지를 경계하게된다.
그것이 침략의 맥락을 더 깊게 보자는 요구인지, 아니면 침략의 죄책감을 덜어줄 논리를 찾자는 요구인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꽤 널리 퍼진 통념이 있다.
단순한 선악구도는 이제 평이하고, 양쪽을 동등하게 다뤄야 하고, 도덕적, 감정적 균형을 맞춰야 깊어진다는 통념이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50:50의 윤리적 배분을 해야만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는 “양쪽 다 일리 있죠”의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일리 있어 보이는 생존 논리가 어떻게 타자를 자원과 장애물로 강등시키는가”를 보는 영화에 가깝다.
지구의 절박함을 보여줄 수는 있다. 판도라에 오지 못하면 그들은 미래가 없는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이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고래를 도살하고
어린아이를 실험체로 삼는 행태만큼은 결코 "중립적으로" 보지않는다.
재의 부족, 혹은 망크완에 대한 기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악한 나비족”이 등장한다는 예고는 본래 판도라를 더 복잡한 세계로 만들 수 있는 장치였다.
나비족이 모두 순수한 생태 요정이 아니라, (사실 1편, 2편에서도 그정도는 아니었는데도)
상처와 원한과 정치와 폭력을 가진 이들이라는 사실은 세계관을 깊게 만든다.
그런데 어떤 기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래, 나비족도 나쁘다는 걸 보여줘라.
감독이 나비족 억빠를 그만두면 인간이 판도라를 미는 게 정당화될 수 있겠지”라는 식의 욕망이 따라붙었다.
이것은 복잡성을 향한 기대가 아니라, 타자의 흠집을 침략의 면허로 바꾸려는 기대에 가깝다.
나비족이 악할 수 있다는 사실은 RDA가 옳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에게 범죄자와 폭군과 학살자가 있다고 해서 인간 전체를 자원 취급해도 되는 것은 아니듯,
어떤 나비족이 잔혹하거나 타락했다고 해서 그들의 세계를 밀어버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한 나비족의 존재는 그들이 덜 사람이란 증거가 아니라 더 사람이라는 증거일 수 있다.
사람은 순수해서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다. 불완전하고, 어리석고, 때로는 폭력적이어도 침탈당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아바타3]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 선을 지킨다는 데 있다.
영화는 맹목적인 인간혐오를 경계하고, 나비족의 순수 신화도 흔든다.
그러나 RDA의 침략만큼은 침략이라고 당당히 말하며 결코 말흐리지 않는다.
재의 부족이 등장한다고 해서 브릿지헤드의 확장과 암리타 착취와 군사작전이 갑자기 동등한 입장을 얻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가 더 깊어지는 길은 양쪽을 똑같이 흐리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지구의 비극을 보여주되, 그 비극이 왜 시스템의 연료가 되어 또 다른 세계에 가해지는 폭력으로 변질되는지 보는 데 있다.
나비족도 불완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은 그들도 그들 나름의 어둠을 가진 이들이라는 증거지, 그들을 자원으로 강등시킬 이유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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